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눈물이 시킨 일 / 나호열

푸른 언덕 2023. 1. 25. 18:26

그림 / 장주원

눈물이 시킨 일 / 나호열

한 구절씩 읽어가는 경전은 어디에서 끝날까

경전이 끝날 때쯤이면 무엇을 얻을까

하루가 지나면 하루가 지워지고

꿈을 세우면 또 하루를 못 견디게

허물어 버리는,

그러나

저 산을 억 만 년 끄떡없이 세우는 힘

바다를 하염없이 살아 요동치게 하는 힘

경전은 완성이 아니라

생의 시작을 알리는 새벽의 푸르름처럼

언제나 내 머리맡에 놓여 있다

나는 다시 경전을 꺼꾸로 읽기 시작한다

사랑이 내게 시킨 일이다

 

나호열 시집 / 바람과 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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