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꽃을 위한 서시 / 김춘수

푸른 언덕 2023. 2. 1. 18:29

그림 / 김선옥

꽃을 위한 서시 / 김춘수

 

 

나는 시방 위험(危險)한 짐승이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未知)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존재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 

 

눈시울에 젖어드는 이 무명(無名)의 어둠에 

추억(追憶)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 

나는 한밤내 운다. 

 

나의 울음은 차츰 아닌밤 돌개바람이 되어 

탑(塔)을 흔들다가 

돌에까지 스미면 금(金)이 될 것이다.

 

……얼굴을 가리운 나의 신부(新婦)여.

 

 

 

김춘수 시집 / 한국 대표시인 100인 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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