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호두나무와의 사랑​ / 문태준

푸른 언덕 2023. 2. 3. 16:12

그 림 / 김선옥

호두나무와의 사랑​ / 문태준 

 

내가 다시 호두나무에게 돌아온 날, 애기집을 들어낸 여자처럼 호두나무가 서 있어서 가슴속이 처연해졌다

철 지난 매미떼가 살갗에 붙어서 호두나무를 빨고 있었다

나는 지난 여름 내내 흐느끼는 호두나무의 哭을 들었다

 

그러나 귀가 얇아 호두나무의 중심으로 한번도 들어가 보지 못했다

내가 다시 호두나무에게 돌아온 날, 불에 구운 흙처럼 내 마음이 뒤틀리는 걸 보니 나의 이 고백도 바람처럼 용서받지 못할 것을 알겠다

 

 

문태준 시집 / 수런거리는 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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