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물의 언어 / 장혜령

푸른 언덕 2023. 1. 18. 18:24

그림 / 박정심

물의 언어 / 장혜령

바람이 지난 후의

겨울 숲은 고요하다

수의를 입은 눈보라

물가에는

종료나무 어두운 잎사귀들

가지마다

죽음이

손금처럼 얽혀 있는

한 사랑이 지나간

다음의 세계처럼

이 고요 속에

소리가 없는 것이 아니다

초록이

초록을

풍경이

색채를

간밤 온 비로

얼음이 물소리를 오래 앓고

빛 드는 쪽으로

엎드려

잠들어 있을 때

이른 아침

맑아진 이마를 짚어보고

떠나는 한 사람

종소리처럼

빛이 번져가고

본 적 없는 이를 사랑하듯이

깨어나

물은 흐르기 시작한다

장혜령 시집 / 발이 없는 나의 여인은 노래한다

 

'문학이야기 > 명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운주사 / 함민복  (42) 2023.01.22
2023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28) 2023.01.19
멜로 영화 / 이진우  (24) 2023.01.17
목계장터 / 신경림  (31) 2023.01.16
뒷모습 / 정호승  (33) 2023.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