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바닷가 / 오세영

푸른 언덕 2022. 10. 4. 19:21

 

그림 / 신범승

 

 

 

 

 

바닷가 / 오세영

 

 

 

사는 길이 높고 가파르거든

바닷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아라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이

하나 되어 가득히 차오르는 수평선,

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자가 얻는 평안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어둡고 막막하거든

바닷가

아득히 지는 일몰을 보아라

어둠 속에서 어둠 속으로 고이는 빛이

마침내 밝히는 여명,

스스로 자신을 포기하는 자가 얻는 충족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슬프고 외롭거든

바닷가,

가물가물 멀리 떠 있는 섬을 보아라

홀로 견디는 것은 순결한 것,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다운 것,

스스로 자신을 감내하는 자의 의지가

거기 있다

 

 

 

 

시집 / 꽃들은 별을 우러르며 산다 <시와시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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