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골목이 없어졌다 / 강은교

푸른 언덕 2022. 8. 30. 19:09

 

그림 / 김정수

 

 

 

 

골목이 없어졌다 / 강은교

 

 

 

거기 가면 넓은 길 여기저기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난다.

 

이마가 파랗던 배추 하나, 뒤꿈치를 들고 잔뜩 앞을 바라보는 소리

노을이 황금빛 날개를 펴며 사-뿐 내려앉는 소리,

붉은 연립주택 옥상, 여자들이 발끝으로 걷는 소리,

돛폭처럼 펄럭이던 빨래 소리.... 거기쯤이면 늘 허리를 펴던 골목길의 바람 소리

 

참, 질기기도 하지, 땀냄새들

전속력으로 달려오는구나

그대도 수군수군, 그대도 수군수군, 수군수군

 

빨래 하나가 뛰어온다. 돛대 하나가 뛰어온다, 발자국 하나 발자국 열, 그림자 하나 그림자 열, 헐레 헐레 벌떡 벌떡

벚꽃 그림자 땅과 붙안고 있는 그곳,

이슬비 온 허리 적시는 그곳.

 

그런데 그

......골목이 없어졌다.

 

 

강은교 시집 / 시간은 주머니에 은빛 별 하나 넣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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