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내 여인이 당신을 생각한다 / 신현림

푸른 언덕 2022. 8. 31. 19:07

 

그림 / 자심

 

 

 

 

내 여인이 당신을 생각한다 / 신현림

 

 

 

저녁 태양은 빵같이 부풀고

언덕은 아코디언처럼 흘러 내립니다

거리에 북풍이 넘치도록 그녀는 당신을 생각합니다

우연히 만난 길과

알 수 없는 희망에 들뜬 날들을

소리가 아픈 풍금이 북풍따라 노래하고

당신에게서 나던 사막의 붉은 냄새가 몰려옵니다

잠시 바라보기 위해 오랜 시간을 기다렸나요

그냥 앞에 계시는 것만으로 기쁨에 넘쳐 봤든가요

소중해서 숨긴 애정의 힘이 비탈길을 오르게 합니다

정든 이의 행복을 빌고 하늘에 새들이 날아드는

가장 아름다운 시간에 헤어져야 합니다

그녀는 당신이 그린 수묵화입니다

수묵화 한 장이 비바람에 젖습니다

뱃사람이 풍랑을 이기며 바다를 밀고 가듯

사람들은 저마다 추억을 견디며 오늘을 건너갑니다

 

 

 

 

 

신현림 시집 /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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