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물류창고 / 이수명

푸른 언덕 2022. 8. 29. 19:07

 

그림 / 채정원

 

 

 

 

 

물류창고 / 이수명

 

 

그는 창고로 간다고 했다. 창고에 재고가 좀 남았나 살펴본다고 했다. 쓸모없는 일이다.기록상으로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그는 살펴보다가 어두운 창고에서 문턱에 걸려 넘어지거나 튀어나온 선반에 머리가 부딪히거나 할 것이다. 이윽고 자신처럼 두리번거리는 사람을 발견하고 같이 두리번거리며 창고를 돌아다닐 것이다 영등포에서 온 김미진 어린이는 방송실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방송이 나오면 방송실로 가보겠지 그는 흘러다니는 전파를 이리저리 따라다닐 거라고 했다. 갈라진 콘크리트 바닥 틈으로 전파가 퍼져나가고 그는 끊어졌다 이어졌다하는 전파에서 무얼 찾아내야 하는지 잊어버린 채 목장갑을 끼고 왔다갔다 할 것이다.

자신이 왜 그렇게 흰 목장갑을 끼고 있는지 몰라 장갑 낀 손을 내려다볼 것이다. 장갑을 벗어 탁탁 털고 있는 그는

 

 

 

 

 

이수명 시인

*1965년 서울에서 출생

*서울대학교 국문과 졸업

*중앙 대학교 문예창작과 박사학위

*1994년 <작가세계>로 문단에 나옴

*박인환 문학상, 이상 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