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물, 또는 내려가기 / 이태수

푸른 언덕 2022. 7. 31. 19:26

그림 / 심수진



물, 또는 내려가기 / 이태수


물을 마신다
아래로 내려가는 물,
나는 물과 더불어 흘러간다
물은 언제나 멈추기를 싫어한다
개울물이 아래로 흘러가고
강물은 몸을 비틀면서 내려간다
폭포는 수직으로 일어서듯
줄기차게 내리꽂힌다
물을 돌이켠다
안으로 스며드는 물,
새들이 낮게 날아 내리고
공중부양을 하던 뜬구름 몇 점이
제 무게 탓으로 떨어진다
가늘던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며
빗금으로 뛰어내린다
빗줄기를 바라보는
내가 내린다



이태수 시집 / 내가 나에게

*1947년 경북 의성 출신
*197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천상병 문학상, 동서 문학상, 카톨릭 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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