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장미의 내부 / 최금진

푸른 언덕 2022. 5. 20. 16:28

그림 / 차명희

장미의 내부 / 최금진

벌레 먹은 꽃잎 몇장만 남은

절름발이 사내는

충혈된 눈 속으로

쪼그리고 우는 여자를 꺼내놓는다

겹겹의 마음을 허벅지처럼 드러내놓고

여자는 가늘게 흔들린다

노을은 덜컹거리고

방 안까지 적조가 번진다

같이 살자

살다 힘들면 그때 도망가라

남자의 텅 빈 눈 속에서

뚝뚝, 꽃잎이 떨어져내린다

최금진 시집 / 황금을 찾아서 <창비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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