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선운사 / 민병도

푸른 언덕 2022. 5. 5. 20:12

 

그림 / 송태관

 

 

 

선운사 / 민병도

 

 

때늦은 꽃맞이에 대웅전이 헛간이네

부처 보기 만망한 시자侍者 마저 꽃구경 가고

절 마당 홀로 뒹구는 오금저린 풍경소리

 

무시로 생목 꺾어 투신하는 동백꽃 앞에

너도나도 돌아앉아 왁자하던 말을 버리네

짓다 만 바람 집 한 채 그마저도 버리네

 

비루한 과거 따윈 더 이상 묻지도 않네

저마다 집을 떠나 그리움에 닿을 동안

오던 길 돌려보내고 나도 잠시 헛간이네

 

 

 

<민병도>

경북 청도 출생. 1976년<한국일보>신춘문예 등단.

시집 <들풀><장국밥><만파식적>등 22권이 있음.

계간<시조21>발행인(사)국제 시조 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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