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절벽 위의 키스 / 문정희

푸른 언덕 2022. 3. 5. 19:02

그림 / 소순희

절벽 위의 키스 / 문정희

바닷가 절벽위에서

절박하게 서로를 흡입하던 그 키스

아직 그대로 있을까

칠레 시인의 집, 야자수 줄지어 선 낭떠러지

부릉거리는 모터사이클 곁에 세워두고

싱싱한 용설란 가시 치솟은 사랑

흰 언덕들 흰 넓적다리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졌을까

사랑은 짧고 망각은 길어

독재와 혁명처럼

성난 파도 속으로 밀려갔을까

거품으로 깨어지고 말았을까

기념관 속 시인이 벗어 둔 옷보다

위대한 문장보다

살아서 위험하고 아름다운

절벽 위의 키스

아직 타오르고 있을까

늙은 아이 하나 키우고 있을까

시집 / 2020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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