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천 년의 문 / 이 어 령

푸른 언덕 2021. 12. 4. 20:48

작품 / 송 은 주

 

천 년의 문 / 이 어 령

절망한 사람에게는 늘 닫혀있고

희망 있는 사람에게는 늘 열려 있습니다.

미움 앞에는 늘 빗장이 걸려 있고

사랑 앞에는 늘 돌쩌귀가 있습니다.

천년의 문이 있습니다.

지금 이 문이 이렇게 활짝 열려 있는 까닭은

희망과 사랑이 우리 앞에 있다는 것입니다.

새 천 년은 오는 것이 아니라

맞이하는 것입니다.

새 천 년은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입니다.

빗장 없는 천 년의 문이

이렇게 활짝 열려 있는 것은

미움의 세월이 뒷담으로 가고

아침 햇살이 초인종 소리처럼

문 앞에 와 있는 까닭입니다.

 

이어령 시집 /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