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타니아 말모레호
눈물의 중력 / 신 철 규
십자가는 높은 곳에 있고
밤은 달을 거대한 숟가락으로 파먹는다
한 사람이 엎드려서 울고 있다
눈물이 땅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막으려고
흐르는 눈물을 두 손으로 받고 있다
문득 뒤돌아보는 자의 얼굴이 하얗게 굳어갈 때
바닥 모를 슬픔이 눈부셔서 온몸이 허물어질 때
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서 엎드려 울 수밖에 없다
눈을 감으면 물에 불은 나무토막 하나가 눈 속을 떠다닌다
신이 그의 등에 걸터앉아 있기라도 하듯
그의 허리는 펴지지 않는다
못 박힐 손과 발을 몸안으로 말아넣고
그는 돌처럼 단단한 눈물방울이 되어간다
밤은,
달이 뿔이 될 때까지 숟가락질을 멈추지 않는다
시집 /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문학 동네>
'문학이야기 > 명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하여 어느날, 사랑이여 / 최승자 (0) | 2021.09.26 |
---|---|
리기다소나무 / 정 호 승 (0) | 2021.09.25 |
칼로 사과를 먹다 / 황 인 숙 (0) | 2021.09.23 |
남해 금산 / 이 성 복 (0) | 2021.09.22 |
9월도 저녁이면 / 강 연 호 (0) | 2021.09.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