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그리하여 어느날, 사랑이여 / 최승자

푸른 언덕 2021. 9. 26. 19:46

그림 / 김 미 영



그리하여 어느날, 사랑이여 / 최승자


한 숟가락의 밥, 한 방울의 눈물로
무엇을 채울 것인가,
밥을 눈물로 말아서 먹는다 한들.


그대가 아무리 나를 사랑한다 해도
혹은 내가 아무리 그대를 사랑한다 해도
나는 오늘 닭고기를 씹어야 하고
나는 오늘의 눈물을 삼켜야 한다.
그러므로 이젠 비유로써 말하지 말자.
모든 것은 콘크리트처럼 구체적이고
모든 것은 콘크리트 벽이다.
비유가 아니라 주먹이며,
주먹의 바스라짐이 있을 뿐,


이제 이룰 수 없는 것을 또한 이루려 하지 말며
헛되고 헛됨을 다 이루었도다고도 말하지 말고


가거라, 사랑인지 사람인지,
사랑한다는 것은 너를 위해서 죽는 게 아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너를 위해


살아,
기다리는 것이다,
다만 무참히 꺾여지기 위하여.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내 몸을 분질러 다오.
내 팔과 다리를 꺾어















<즐거운 일기>에서

이숙영의 내가 사랑하는 시 / 그대가 어느새
내 안에 앉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