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눈물의 중력 / 신 철 규

푸른 언덕 2021. 9. 24. 17:42

그림 / 타니아 말모레호

 

 

눈물의 중력 / 신 철 규

십자가는 높은 곳에 있고

밤은 달을 거대한 숟가락으로 파먹는다

한 사람이 엎드려서 울고 있다

눈물이 땅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막으려고

흐르는 눈물을 두 손으로 받고 있다

문득 뒤돌아보는 자의 얼굴이 하얗게 굳어갈 때

바닥 모를 슬픔이 눈부셔서 온몸이 허물어질 때

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서 엎드려 울 수밖에 없다

눈을 감으면 물에 불은 나무토막 하나가 눈 속을 떠다닌다

신이 그의 등에 걸터앉아 있기라도 하듯

그의 허리는 펴지지 않는다

못 박힐 손과 발을 몸안으로 말아넣고

그는 돌처럼 단단한 눈물방울이 되어간다

밤은,

달이 뿔이 될 때까지 숟가락질을 멈추지 않는다

시집 /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문학 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