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9월도 저녁이면 / 강 연 호

푸른 언덕 2021. 9. 22. 06:14

그림 / 정 경 혜

9월도 저녁이면 / 강 연 호

9월도 저녁이면 바람은 이분쉼표로 분다

괄호 속의 숫자놀이처럼

노을도 생각이 많아 오래 머물고

하릴없이 도랑 막고 물장구치던 아이들

집 찾아 돌아가길 기다려 등불은 켜진다

9월도 저녁이면 습자지에 물감 번지듯

푸른 산그늘 골똘히 머금는 마을

빈집의 돌담은 제풀에 귀가 빠지고

지난여름은 어떠했나 살갗의 얼룩 지우며

저무는 일 하나로 남은 사람들은

묵묵히 밥상 물리고 이부자리를 편다

9월도 저녁이면 삶이란 죽음이란

애매한 그리움이란

손바닥에 하나 더 새겨지는 손금 같은 것

지난 여름은 어떠했나

9월도 저녁이면 죄다 글썽해진다.

시집 /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나태주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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