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말표 고무신 260 / 나 호 열

푸른 언덕 2021. 9. 19. 19:42

그림 / 최 윤 아

 

말표 고무신 260 / 나 호 열

 

 

일주일에 한 번 산길 거슬러 오는

만물트럭 아저씨가 너를 데려다주었어

말표 흰 고무신 260

산 첩첩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는 이곳에서

몇날며칠을 달려도 닿지 못하는 지평선을 향해

내 꿈은 말이 되어보는 것 이었어

나도 말이 없지만

너도 말이 없지

거추장스러운 장식도 없이

그저 흙에 머리를 조아릴 때

내 못난 발을 감싸주는

물컹하게 질긴

너는 나의 신이야

 

 

* 월간 중앙 / 2021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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