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허공 6

풍경(風磬) / 목 필 균

​ ​ 풍경(風磬) / 목 필 균 ​ ​ ​ 허공을 유영하며 평생을 눈뜨고 살아도 깨닫음은 허공만 맴도네 ​ 깨어나라 깨어나라 깨어나라 ​ 바람이 부서지며 파열되는 음소들 깊은 산사 ​ 어느 추녀 끝에 매달려 털어내다 지친 마른 비늘 ​ 어느 날 문득 가슴 속 네가 나이려니 내가 너 이려니 묻다가 대답하다 ​ 그렇게 한 세월 매달려 산다 ​ ​ ​ ​ ​

바람의 시간들 / 이규리

그림 / 안 효 숙 ​ ​ ​ 바람의 시간들 / 이규리 종일 바람 부는 날, 밖을 보면 누군가 떠나고 있는 것 같다 바람을 위해 허공은 가지를 빌려주었을까 그 바람, 밖에서 부는데 왜 늘 안이 흔들리는지 종일 바람을 보면 간간이 말 건너 말을 한다 밖으로 나와, 어서 나와 안이 더 위험한 곳이야 하염없이 때때로 덧없이 떠나보내는 일도 익숙한 그것이 바람만의 일일까 이별의 경험이 이별을 견디게 해주었으니 바람은 다시 바람으로 오리라 종일 바람 부는 날, 밖을 보면 나무가 나무를 밀고 바람이 바람을 다 밀고 ​ ​ ​ 이규리 시집 / 이럴 땐 쓸쓸해도 돼 ​ ​ ​

화살과 노래 / 핸리 워즈워스 롱펠로

그림/ 강 수 영 ​ ​ ​ 화살과 노래 / 핸리 워즈워스 롱펠로 ​ ​ 화살을 허공에 쏘아 보냈지. 땅에 떨어졌겠지만, 어딘지 알지 못했어; 너무 빨리 날아가는 화살을, 내 눈이 쫓아갈 수 없었지. ​ 노래를 허공에 띄워 불렀지. 땅에 떨어졌겠지만, 어딘지 알지 못했어; 누가 날아가는 노래를 따라갈 만큼 예리하고 강한 눈을 갖고 있겠어? ​ 오래, 오래 뒤에, 어느 참나무에서 아직도 부러지지 않고 박혀 있는 화살을 보았지; 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친구의 가슴속에 그대로 남아 있었어. ​ ​ 시집 / 시를 읽는 오후 ​ ​

길 / 김 석 흥

그림 / 이 갑 인 ​ ​ ​ 길 / 김 석 흥 ​ ​ ​ 눈에 보이는 길은 길이 아니다 철새들이 허공을 날아 번식지를 찾아가듯 연어떼가 바닷속을 헤엄쳐 모천으로 돌아오듯 별들이 밤하늘을 스스로 밝혀가듯 시공을 가르며 만들어 가는 보이지 않는 그 길이 바로 길이다 ​ ​ 끝이 있는 길은 길이 아니다 나를 찾아 떠나는 끝 모르는 여정 꽃길을 걸은 적이 있었지 가시밭길을 지나온 때도 있었고 숲속에서 길을 잃어 헤매기도 하였지 그러면서 쉼 없이 한 발 두 발 걸어온 길 돌아 보니 지나온 그 길들이 이어져 시나브로 내 삶이 되었다 ​ ​ ​ 김석흥 시집 / 천지연 폭포 ​ ​ ​

안아주기 / 나 호 열

그림 : 이 선 자 ​ ​ 안아주기 / 나 호 열 어디 쉬운 일인가 나무를, 책상을, 모르는 사람을 안아 준다는 것이 물컹하게 가슴과 가슴이 맞닿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그대, 어둠을 안아 보았는가 무량한 허공을 안아 보았는가 슬픔도 안으면 따뜻하다 마음도 안으면 따뜻하다 가슴이 없다면 우주는 우주가 아니다 ​ ​ 시집 : 타인의 슬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