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해바라기그림 2

잊어버립시다 / 세라 티즈데일

그림 / BEA MEA SOON ​ ​ ​ 잊어버립시다 / 세라 티즈데일 ​ ​ 잊어버리세요. 꽃을 잊듯이, 한때 금빛으로 타오르던 불을 잊듯이, 영원히 아주 영원히 잊어버리세요, 시간은 친절한 벗, 우리를 늙게 하지요. ​ 누군가 물으면, 이렇게 말하세요. 오래 오래전에 잊었노라고, 꽃처럼, 불처럼, 오래전에 잊혀진 눈 위에 뭉개진 발자국처럼 잊었노라고. ​ ​ ​ 시집 / 시를 읽는 오후 ​ ​ ​ ​

해바라기 / 이 효

그림 : 차 정 미 ​ ​ ​ 해바라기 / 이 효 ​ ​ 차마 당신을 바라볼 수 없었습니다 한곳을 향해서 달려가던 마음이 슬픈 자화상 속으로 걸어갑니다 ​ 숙명이라고 생각하고 어린 자식을 키워내고 늘 해바라기처럼 반듯하게 살았는데 ​ 아닙니다라는 말 한마디 못하고 입안에 자갈을 물고 살았는데 왜 이제서야 당연한 것이라 여겼던 것들이 당연히 여겨지지 않는지 ​ 고개를 들고 있는 저 노란 해바라기에게 묻고 싶습니다 태양 속으로 걸어들어가면 타버리는지? 재로 남을지언정 가보고 싶습니다 ​ ​ 늦은 오후 해바라기가 돌아서는 까닭은 한 장의 종이 위에 펄떡이는 마지막 숨을 시 한 방울로 해바라기를 그리고 싶습니다. ​ ​ ​ ​ 그림 / 차 정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