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풍경 5

풍경의 해부 / 조 용 미

그림 / 김 세 환 ​ ​ ​ ​ ​ 풍경의 해부 / 조 용 미 ​ ​ ​ ​ 저렇게 많은 풍경이 너를 거쳤다 저렇게 많은 풍경의 독이 네 몸에 중금속처럼 쌓여 있다 올리브나무 사이 강렬한 태앙은 언제나 너의 것, 너는 올리브나무 언덕을 지나갔다 양귀비들은 그 아래 붉게 흐드러져 있다 바다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는 알시옹처럼 너는 운명을 다스리는 힘을 가졌다 이곳의 햇빛은 죄악을 부추긴다 나는 비로서 알게 되었다 이 불가해한 세계가 바로 너라는 것을 ​ ​ ​ 조용미 시집 / 기억의 해성 ​ ​ ​ ​ ​

그 사랑에 대해 쓴다 / 유 하

그림 / 김 정 수 ​ ​ ​ 그 사랑에 대해 쓴다 / 유 하 ​ ​ ​ 아름다운 시를 보면 그걸 닮은 삶 하나 낳고 싶었다 노을을 바라보며 노을빛 열매를 낳은 능금나무처럼 ​ 한 여자의 미소가 나를 스쳤을 때 난 그녀를 닮은 사랑을 낳고 싶었다 점화된 성냥불빛 같았던 시절들, 뒤돌아보면 그 사랑을 손으로 빚고 싶다는 욕망이 얼마나 많은 열정의 몸짓들을 낳았던 걸까 그녀를 기다리던 교정의 꽃들과 꽃의 떨림과 떨림의 기차와 그 기차의 희망, 내가 앉았던 벤치의 햇살과 그 햇살의 짧은 키스 밤이면 그리움으로 날아가던 내 혀 속의 푸른 새 그리고 죽음조차도 놀랍지 않았던 나날들 ​ 그 사랑을 빚고 싶은 욕망이 나를 떠나자, 내 눈 속에 살던 그 모든 풍경들도 사라졌다 바람이 노을의 시간을 거두어 가면 능금나무..

의자 / 이정록

그림 / 김 연 제 ​ ​ ​ ​​ 의자 / 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라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데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 ​ * 이정록 시집 / 의자 ​ ​ ​ ​ ​ ​

가을에 대하여 (자작 시)

가을에 대하여 / 이 효​ 누가 불붙여 놓았나 저 가을 산을 하나의 사랑이 된다는 것은 붉은빛이 노란빛으로 타오르다 고요하게 가라앉는 것 하나의 사랑이 된다는 것은 모난 바위가 서로 상처로 굴러가다가 둥근 바위로 물가에 자리를 잡는 것 하나의 사랑이 된다는 것은 결국 자기 가슴 박힌 못에 가을 풍경 한 장 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