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그 사랑에 대해 쓴다 / 유 하

푸른 언덕 2021. 12. 30. 19:27

그림 / 김 정 수

 

 

그 사랑에 대해 쓴다 / 유 하

 

아름다운 시를 보면

그걸 닮은 삶 하나 낳고 싶었다

노을을 바라보며

노을빛 열매를 낳은 능금나무처럼

한 여자의 미소가 나를 스쳤을 때

난 그녀를 닮은 사랑을 낳고 싶었다

점화된 성냥불빛 같았던 시절들, 뒤돌아보면

그 사랑을 손으로 빚고 싶다는 욕망이

얼마나 많은 열정의 몸짓들을 낳았던 걸까

그녀를 기다리던 교정의 꽃들과

꽃의 떨림과 떨림의 기차와

그 기차의 희망,

내가 앉았던 벤치의 햇살과

그 햇살의 짧은 키스

밤이면 그리움으로 날아가던

내 혀 속의 푸른 새

그리고 죽음조차도 놀랍지 않았던 나날들

그 사랑을 빚고 싶은 욕망이 나를 떠나자,

내 눈 속에 살던 그 모든 풍경들도 사라졌다

바람이 노을의 시간을 거두어 가면

능금나무 열매의 환한 빛도 꺼지듯

 

시집 / 나의 사랑은 나비처럼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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