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미술이야기 54

이재효 갤러리 (1)

올봄에 친구랑 함께 이재호 갤러리를 방문했었다. 갤러리 속에 작품도 멋지지만 무왕리 마을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가을에 꼭 다시 찾아오자고 약속을 했었다. 다시 찾은 갤러리는 내게 실망을 주지 않았다. 가을 단풍으로 물든 갤러리 주변과 멀리 보이는 야산이 단풍들로 물들어 한 폭의 그림 같았다. ​ 조각가 이재효는 조각 작품의 재료가 되는 나무와 나뭇잎, 돌 등을 이용해서 작품을 만들었다. 초기에 나뭇잎들은 주변 야산에서 할머니들이 모아오면 (임금지불) 나뭇잎들을 씻고, 찌고, 말려서, 소독을 해서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봄에 방문했을 때랑 다른 점은 야외 옥상에 사슴을 비롯해서 멋진 작품들이 새로 전시되어 있다는 점이다. ​ 조각가 이재효는 낙엽송과 두총 나무를 비롯해서 서로 자르고, 붙이고, 깎고, ..

조명자 개인전 (수채화)

가을 단풍이 곱게 물들듯이 누구나 곱게 늙어가고 싶어 한다. 나도 역시 곱게 늙어가고 싶다. 아니 곱게 익어가고 싶다. 경인 미술관 앞에서 우연히 발걸음이 멈추었는데 그곳에서 가을 단풍처럼 곱게 익어 열매를 맺으신 팔순의 노화가를 만났다. ​ 조명자 선생님은 10여 년 전, 어느 날 문득 아트센터 수채화반에 나가면서 젊은 화우들과 어울려서 뒤늦게 시작한 그림 공부가 삶의 전부가 되셨다고 한다. 한 점, 두 점, 쉼 없이 작업해온 작품들을 올해 팔순을 맞이하여 세상에 내놓으셨다고 한다. 전시장에는 아들, 딸, 손주들까지 모두 나와서 노화가의 개인전을 축하해 주고 있었다. ​ 아름다운 수채화가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니라 곱고 단아하게 늙어가는 노화가의 모습과 함께 자리를 지키는 가족들의 단란함이 한 폭의 따뜻..

참나화원 전시회 (한국화)

가을이 무르익는 계절에 지인과 오랜만에 인사동 나들이를 나갔다. LAMER (라메르) 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한국화를 감상하고 왔다. 예술의 전당 아카데미 한국화 회원들의 모임으로 참나 회원전은 2017년 창립전을 시작으로 작가들이 꾸준한 작품 활동을 진행 중이다. "참나"는 깊이 사색하며 탐구해서 한국화를 통해서 참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코로나로 힘든 상황에서도 열정을 불태운 회원들의 노력이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 *전시 장소: LAMER (라메르) 갤러리 *전시 기간: 2020.10.07(수)-10.13(화)

해바라기 (국수리 어머님 그림)

해바라기 ​ 국수리 어머님의 따끈한 그림이 도착했다. 친한 동생의 어머님이시다. 연세는 여든일곱 이시다. 가난하고 강직한 공무원의 아내로 사셨는데 일찍 남편을 여의시고 2남 1녀를 홀로 키우셨다. ​ 손재주가 뛰어나셔서 이웃들의 결혼식이 있을 때 밤, 대추로 폐백 음식을 산처럼 멋지게 쌓으셨단다. 동네 사람들 칭찬이 부끄러우셨단다. 세 자녀들의 옷을 아기 때부터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손수 만들어 입히셨다. 시장에서 천을 떠다가 눈짐작으로 신문지에 재단을 하시고 옷을 만들어 입히셨단다. ​ 뜨개질도 잘하셔서 겨울에 코트를 떠서 입히셨단다. 어린 자식들 귀 시릴까 봐 모자도 손수 떠서 씌워주셨는데 앞에 챙이 나온 모자는 책받침을 오려서 넣으셨다고 한다. ​ 평소에 땅을 놀리는 것을 죄로 여기신 어머님은 텃..

바실리 트로피닌의 소녀들(러시아 그림 이야기)

레이스 뜨는 여인, 1823년, 바실리 트로피닌, 캔퍼스 유채, 4.7×59.3cm, 트레차코프 미술관, 모스크바 ​ 황금 자수를 놓는 여인, 1826년, 바실리 트로피닌 (1776~1857), 캔버스에 유채, 81.3×63.9cm, 트레차코프 미술관, 모스크바 ​ 바실리 트로피닌의 소녀들 ​ 눈이 예쁜 소녀들이 우릴 바라보며 말을 건넨다. 일하던 손을 멈추고 얼굴을 돌려 부드럽고 다정다감한 눈빛을 보낸다. 그리고 자기에게서 시선을 떼지 말라고 속삭인다. ​ 눈빛은 소리 없이 표현되는 최상의 언어다. ​ 잘 익은 복숭아 볼에 분홍빛 생기를 넣고, 예쁘게 부풀어 오른 입술에 살짝 붉은빛을 물들이며, 미소 짓는 도툼한 입매에 새침함을 덧칠하고, 적당히 솟은 콧날로 얼굴 전체에 귀품을 입힌다. 매끈한 소녀의 ..

마지막 꽃들이 더 소중하네

스타니슬라프 바흐발로프 / 여름 꽃 2019년, 85×90cm, 캔버스에 유채 마지막 꽃들이 더 소중하네 / 알렉산드르 푸쉬킨 마지막 꽃들이 더 소중하네 들판에 화려한 첫 꽃들보다도 우리 가슴에 우울한 생각들을 더 생생하게 일깨우는 마지막 꽃들 그렇게 간혹 이별의 순간은 더 생생하네, 달콤한 만남의 순간보다도 알렉산드르 푸쉬킨 (러시아 시인, 소설가, 극작가, 1799~1837)

원주 Museum SAN (뮤지엄 산 1)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오크밸리 2길 260 원주 오크밸리에 있는 "Museum SAN"을 다녀왔다. 산속에 감쳐진 뮤지엄 산은 노출 콘크리트의 미니멀한 건축물의 대가인 안토 타다오의 설계로 2013년 5월에 개관을 했다. 관장은 홍라희 여사님이시다. 건축물의 대가인 "안토 타다오"가 설계한 건축물을 시작으로 해서 빛의 공간 예술가 "제임스 터렐관" 으로 이어진다. 안도 타다오는 전문적인 건축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타고난 예술성과 도전 정신으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고교 시절에는 복서로, 청년 시절에는 건축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안토 타다오, 우연히 서점에서 설계 도면을 발견하고, 도면이 달아빠질 때까지 설계를 따라서 그리고 또 그렸단다. 그 후에 건축가의 꿈을 안고 유럽으로 떠난다 현장에서 익힌 건축 지식..

마법의 묘약, 바쿠스 / (러시아 그림 이야기)

마법의 묘약, 바쿠스 / 표도르 부르니 19세기 러시아 화가 브루니가 그린 (바쿠스)는 술 잘 마시는 러시아 사람들의 열성을 잘 표현 하고 있는 그림이다. 수 세기를 거쳐 수많은 애주가 팬을 확보한 술의 신 바쿠스! 브루니의 바쿠스는 반쯤 풀린 눈을 게슴츠레 뜨고 입꼬리를 살짝 올려 끈적한 눈빛을 보낸다. "포도주 한잔할래?" 이미 무르익은 바쿠스의 취기와 왼손에서 흘러 내리는 포도주가 너무도 사실적이다. 모스크바 트레차코프 국립 미술관 한 벽면을 장식 하며 많은 애주가의 술샘을 자극하는 브루니의 아주 짜릿한 그림이다. 정말로 바쿠스의 끈적한 눈빛에 화답하며 흘러 넘치는 포도주 한 잔에 "치어스"를 살며시 외치고 싶어진다. 하지만 진정한 러시아 주당들은 그림 속 바쿠스를 쳐다보며 안타까이 중얼거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