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ritishlibrary, 출처 Unsplash 세잔과 용서 / 박지일 세잔의 몸은 기록 없는 전쟁사였다 나는 용석을 기록하며 그것을 알게 되었다 세잔과 용석은 호명하는 방법의 차이만 있을 뿐 하나의 인물이었다 나는 세잔을 찾아서 용석의 현관문을 두들기기도 하고 반대로 용석을 찾아서 세잔의 현관문을 두들기기도 했다 용석은 빌딩과 빌딩의 틈새를 가늠하는 아이였다 세잔과 용석 몰래 말하려는 바람에 서두가 이렇게 길어졌다 (세잔과 용석은 사실 둘이다) 다시, 세잔의 몸은 기록 없는 전쟁사였다 나는 세잔과 용석을 기록하며 그것을 모르게 되었다 세잔은 새총에 장전된 돌멩이였다 세잔은 숲의 모든 나무를 끌어안아 본 재였다 세잔은 공기의 얼굴 뒤에 숨어 있는 프리즘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