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신종섭 청벚 보살 / 이수진 개심사 청벚나무 가지에 연둣빛 꽃이 눈을 떴다 얼마나 오래 기다려왔던 것일까 가지 하나 길게 내밀어 법당에 닿을 듯하다 꽃이 맑다 매화나무는 목탁 두드릴 때마다 꽃잎으로 법구를 읊고, 청매화는 동안거 끝에 심욕의 수피를 찢어 꽃망울 터트린다 저토록 신심(信心)을 다져왔기에 봄이 일주문에 들어설 수 있다 가지마다 허공으로 낸 구도의 길 제각각 가부좌 틀고 참선의 꽃들을 왼다 전각에서 내리치는 죽비소리 제 몸 쳐대며 가람으로 흩어지는 풍경소리 합장하듯 꽃잎들 맞이하고 있다 법당은 꽃들의 백팔배로 난분분하다 부처가 내민 손바닥에 청벚꽃잎 한 장 합장하듯 내려앉는다 *2023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