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2021/09/12 2

저 거리의 암자 / 신 달 자

그림 / 용 환 천 ​ ​ ​ ​ 저 거리의 암자 / 신 달 자 ​ ​ ​ 어둠 깊어가는 수서역 부근에는 트럭 한 대분의 하루 노동을 벗기 위해 포장마차에 몸을 싣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주인과 손님이 함께 야간 여행을 떠납니다 밤에서 밤까지 주황색 마차는 잡다한 번뇌를 싣고 내리고 구슬픈 노래를 잔마다 채우고 빗된 농담도 잔으로 나누기도 합니다 속풀이 국물이 짜글짜글 냄비에서 끓고 있습니다 거리의 어둠이 짙을수록 진탕으로 울화가 짙은 사내들이 해고된 직장을 마시고 단칸방의 갈증을 마십니다 젓가락으로 집던 산 낙지가 꿈틀 상 위에 떨어져 온몸으로 문자를 쓰지만 아무도 읽어 내지 못합니다 답답한 것이 산 낙지뿐입니까 어쩌다 생의 절반을 속임수에 팔아 버린 여자도 서울을 통째로 마시다가 속이 뒤집혀 욕을 게워 ..

여행 2 / 나 태 주

그림 / 임 창 순 ​ ​ ​ 여행 2 / 나 태 주 ​ ​ ​ 예쁜 꽃을 보면 망설이지 말고 예쁘다고 말해야 한다 ​ 사랑스런 여자를 만나면 미루지 말고 사랑스럽다고 말해주어야 한다 ​ 이다음에 예쁜 꽃을 다시 볼 수 있을 거라고 사랑스러운 여자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서는 안 된다 ​ 우리네 하루하루 순간순간은 여행길 두 번 다시 되풀이할 수 없는 오직 한 번뿐인 여행이니까. ​ ​ ​ 시집 / 나태주 대표 시선집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