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이 영 주 바람은 말라버린 꽃 / 황 은 경 바람을 맞고 우리는 건조한 사막의 여우가 됐어 바람에 널 잊게 되었고 우리는 모래에 안구를 씻으며 바람에 너를 잡고 있던 마음을 오아시스 샘가에 걸어두고 바람에 의지하던 야자수 기둥 사이로 집 한 채 짓고 살았다 그 바람에 마음 하나 날려 버렸다. 시들고 있다. 시들어 버린 그 마음은 마른 바람꽃 유성이 진 자리마다 저리게 걸어 온 길 바람이 불어오면 슬픈 알람이 울어 바람에 세수하고 다시 깨어나는 가시 달린 눈 바람은 말라버린 꽃을 향해 쓰러지고 마음 하나 배웅하니 편하다. 황은경 시집 / 생각의 비늘은 허물을 덥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