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정 경 희
놀란 강 / 공 광 규
강물은 몸에
하늘과 구름과 산과 초목을 탁본했는데
모래밭은 몸을
물의 겸손을 지문으로 남기는데
새들은 지문 위에
발자국 낙관을 마구 찍어대는데
사람도 가서 발자국 낙관을
꾹꾹 찍고 돌아오는데
그래도 강은 수천 리 화선지인데
수만 리 비단인데
해와 달과 구름과 새들이
얼굴을 고치며 가는 수억 장 거울인데
갈대들이 하루 종일 시를 쓰는
수십억 장 원고지인데
그걸 어쩌겠다고?
쇠붙이와 기계 소리에 놀라서
파랗게 지린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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