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땅에게 바침 / 나 호 열

푸른 언덕 2021. 6. 19. 20:52

그림 / 이 경 자

 

땅에게 바침 / 나 호 열

당신은 나의 바닥이었습니다

내가 아카루스의 꿈을 꾸고 있던

평생 동안

당신은 내가 쓰러지지 않도록

온몸을 굳게 누이고 있었습니다

이제야 고개를 숙이니

당신이 보입니다

바닥이 보입니다

보잘 것 없는 내 눈물이 바닥에 떨어질 때에도

당신은 안개꽃처럼 웃음 지었던 것을

없던 날개를 버리고 나니

딩신이 보입니다

바닥의 힘으로 당신은

나를 살게 하였던 것을

쓰러지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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