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유 영 국 <원주 뮤지엄 산>
비애에 대하여 / 나 호 열
늙은 베틀이 구석진 골방에 앉아 있다
앞뜰에는 봄꽃이 분분한데
뒤란엔 가을빛 그림자만 야위어간다
몸에 얹혀졌던 수많은 실들
뻐마디에 스며들던 한숨이 만들어내던
수만 필의 옷감은 어디로 갔을까
나는 수동태의 긴 문장이다
간이역에 서서 무심히 스쳐지나가는
급행열차의 꼬리를 뒤따라가던 눈빛이 마침표로 찍힌다
삐거덕거리머 삭제되는 문장의 어디쯤에서
황토길 읍내로 가던 검정고무신 끌리는 소리가
저무는 귀뚜라미 울음을 닮았다
살아온 날 만큼의 적막의 깊이를
날숨으로 뱉어낼 때마다
베틀은 자신이 섬겼던 주인이 그리워지는 것이다
엄불레라 창간호 (2021)
<원주 뮤지엄 산>
'문학이야기 > 명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을 / 홍해리 (0) | 2021.06.25 |
---|---|
그녀가 보고 싶다 / 홍 해 리 (0) | 2021.06.23 |
놀란 강 / 공 광 규 (0) | 2021.06.21 |
나이 / 김 재 진 (0) | 2021.06.20 |
땅에게 바침 / 나 호 열 (0) | 2021.06.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