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나무와 새장 / 문 태 준

푸른 언덕 2021. 3. 27. 19:17

그림 : 이 옥 자

 

나무와 새장 / 문 태 준

 

내가 소상히 아는 한 나무는

터번을 머리에 둘러 감고 있네

날마다 성전을 펼쳐든다네

옮겨 심어졌다고 내게 고백한 적이 있었네

그도 나도 다시 태어나기 위해 기도문을 외고 왼다네

턱관절은 견고하나 육식을 앓는 그

그에게는 새장이 하나 매달려 있네

내게도 하나 매달려 있네, 새장에는

차진 반죽의 아내, 피리 소리처럼 떨고 있는 딸

새장은 더 크고 둥그런 새장 속에 있네

그는 새장의 빗장을 풀고 청공으로 나아가네

한바퀴, 또 한바퀴, 연속해서 돌며

육체를 잠그지 않는 무용수처럼

 

시집 :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

<문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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