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이 옥 자
나무와 새장 / 문 태 준
내가 소상히 아는 한 나무는
터번을 머리에 둘러 감고 있네
날마다 성전을 펼쳐든다네
옮겨 심어졌다고 내게 고백한 적이 있었네
그도 나도 다시 태어나기 위해 기도문을 외고 왼다네
턱관절은 견고하나 육식을 앓는 그
그에게는 새장이 하나 매달려 있네
내게도 하나 매달려 있네, 새장에는
차진 반죽의 아내, 피리 소리처럼 떨고 있는 딸
새장은 더 크고 둥그런 새장 속에 있네
그는 새장의 빗장을 풀고 청공으로 나아가네
한바퀴, 또 한바퀴, 연속해서 돌며
육체를 잠그지 않는 무용수처럼
시집 :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
<문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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