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작은 소망 / 김 명 자

푸른 언덕 2021. 3. 11. 23:17

그림 : 베르디쉐프 <러시아>

 

작은 소망 / 김 명 자

깊은 산중 꽃이라면 참 좋겠습니다

그다지 예쁘지 않아도

애써 향기를 팔지 않아도

내 사랑 영원히 하나일 테니까

인적 없는 산속에 무심히 자란

풀이라면 차라리 좋겠습니다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구름이 가면 가는 대로

내 눈길 주고픈 대로

마음 주고픈 대로 모두 주어도

짓밟히며 뜯기는 아픔일랑 없을 테니까요

첩첩 산중 바위라면 정말 좋겠습니다

내 마음 살피는 이 하나 없어도

마음 서운치 않고

세상에 뿌려진 어여쁜 시간들

가슴으로, 한 가슴으로

사랑할 수 있을 테니까

시집 : 인사동 시인들 <2020, 14호>

'문학이야기 > 명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월의 노래 / 박목월 <작사>  (0) 2021.03.15
그대 앞에 봄이 있다 / 김 종 해  (0) 2021.03.14
그댄 내게 / 이 경 선  (0) 2021.03.10
봄의 시인 / 이 어 령  (0) 2021.03.09
끝끝내 / 정 호 승  (0) 2021.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