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뚜벅이 이야기2/알콩달콩

푸른 언덕 2020. 6. 17. 07:05

등산화를 새로 샀다.
오늘은 새로운 각오로 정상까지 씩씩하게 가야지
마음에 결심을 단단히 하고 등산화 끈을 꼬옥
묶었다.
숲길을 지나고, 가파른 언덕을 오르고
계단을 오르고, 뷰가 좋은 전망대에 섰다.
새로 신은 등산화가 아직 발에 익숙하지
않아 발이 조금 아팠다.
벤치에 앉아서 운동화 끈을 풀고 발을
잠시 빼고 싶었다.
그런데 아침에 의욕이 너무 넘쳐서 꽉 조인
등산화 끈이 잘 풀리지 않았다.
끙끙 거리다 포기하고 말았다.

문득 등산화 끈을 보면서 생각이 스쳤다.
우리 인간사도 인연이 서로 얽히고설켜
있는데 살아가면서 너무 서로를 가깝다고
등산화 끈 조이듯 찰싹 붙어있다 보면 서로
숨이 막혀올 때가 생긴다는 것이다.
서로 얽히고설켜서 비비 꼬여진 마음은
풀기도 쉽지 않다.

부부도 마찬가지고, 친구도 마찬가지고,
직장 동료도 마찬가지다.
서로 사랑의 끈으로 묶여 있지만
어느 정도 짧은 거리를 두고 서로를
지켜봐 주고, 응원해 주고, 격려해 주고,
한발 양보해 주는 아름다운 미덕이
서로에게 있을 때에 인간사도
슬슬 잘 풀린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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