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변 아이 / 박준
게들은 내장부터 차가워진다
마을에서는 잡은 게를 바로 먹지 않고
맑은 물에 가둬 먹이를 주어가며
닷새며 열흘을 더 길러 살을 불린다
아이는 심부름길에 몰래
게를 꺼내 강물에 풀어준다
찬 배를 부여잡고
화장실에 가는 한밤에도
낮에 마주친 게들이 떠올라
한두 마리 더 집어 들고 강으로 간다
박준 시집 /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 있겠습니다 <문학과 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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