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천변 아이 / 박준

푸른 언덕 2023. 7. 22. 19:16

천변 아이 / 박준

 

 

게들은 내장부터 차가워진다

 

마을에서는 잡은 게를 바로 먹지 않고

맑은 물에 가둬 먹이를 주어가며

닷새며 열흘을 더 길러 살을 불린다

 

아이는 심부름길에 몰래

게를 꺼내 강물에 풀어준다

 

찬 배를 부여잡고

화장실에 가는 한밤에도

 

낮에 마주친 게들이 떠올라

한두 마리 더 집어 들고 강으로 간다

박준 시집 /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 있겠습니다 <문학과 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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