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어느 개인 날 / 이어령

푸른 언덕 2023. 7. 17. 17:54


그림 / 박은영





어느 개인 날 / 이어령



태양은 혼자의 힘으로 빛나는 것은 아니다.
비나 구름 그리고 어둠과 함께 있을 때
빛은 비로소 빛이 된다.

사막의 모래알을 비출 때 태양은 저주지만
풀잎 이슬 위로 쏟아지면 축복이다.
태양이 이슬에 젖는 순간마다 태양빛은 새로워진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밤을 주신 것이 아니라
밤을 통해 새벽의 빛을 주신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홍수를 주신 것이 아니라
홍수로 인해 아름다운 무지개를 주신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죽음을 주신 것이 아니라 죽음으로 하여 아름다워지는 생명을 주신 것이다.

태양은 흑점의 어둠이 있어 빛나는 것이다.




이어령 시집 /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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