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당신의 여백은 침묵이 아니다 / 조은설

푸른 언덕 2023. 7. 16. 15:29

 

작품 / 김명희 

 

 

 

 

 

당신의 여백은 침묵이 아니다 / 조은설

 

 

 

 

당신의 여백은

나에게 참 많은 말을 한다

모서리에 앉은 나를

하염없이 귀 기울이게 하지

 

말보다 더 많은 말을 하는 여백

달은 아직 떠오르지 않았는데

이마가 환하다

 

가난한 영혼이 잠시 쉬어가는 당신의 뜨락

새벽 별들이 까치발로 걸어와

발치에 눕는다

 

내 간절함의 무게를 끌고 웜홀을 통과하던

기도 소리가

잠시 허리를 펴는 시간

 

허공의 질긴 목마름을 건너가고 있다

당신에게 가는 길

 

 

 

 

*웜홀 ; 블랙홀과 화이트홀로 연결된 우주 내의 통로

 

 

 

 

 

*출처 / 지성의 상상 미네르바 (2023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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