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저녁의 계보 / 김병호

푸른 언덕 2023. 7. 13. 17:03

그림 / 김두엽

저녁의 계보 / 김병호

바꿔 내온 잔에도 금이 있었지만

뒤돌아서는 여주인의 맨발을 보고는

말을 삼켰다

창마다 고인 저녁 밖에선

계집아이 하나가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양이다

제 몸에 그믐을 새긴 잔이나

뒤늦게 이혼을 이야기하는 아버지나

무릎 오므리고 앉아 울고 있는 저 아이나

누구에게나 하나의 이름은

지우지 못한 금이다

금이 간 저녁이

당신을 지난다

김병호 시집 / 밤새 이상李箱을 읽다 <문학수첩>

 

'문학이야기 > 명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당신의 여백은 침묵이 아니다 / 조은설  (4) 2023.07.16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푸슈킨  (2) 2023.07.15
물의 감정 / 송승언  (2) 2023.07.12
저녁에 / 김광섭  (6) 2023.07.11
우정 / 나태주  (6) 2023.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