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 / 김두엽
저녁의 계보 / 김병호
바꿔 내온 잔에도 금이 있었지만
뒤돌아서는 여주인의 맨발을 보고는
말을 삼켰다
창마다 고인 저녁 밖에선
계집아이 하나가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양이다
제 몸에 그믐을 새긴 잔이나
뒤늦게 이혼을 이야기하는 아버지나
무릎 오므리고 앉아 울고 있는 저 아이나
누구에게나 하나의 이름은
지우지 못한 금이다
금이 간 저녁이
당신을 지난다
김병호 시집 / 밤새 이상李箱을 읽다 <문학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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