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낮은 곳으로 / 이정하

푸른 언덕 2023. 3. 29. 19:40

그림 / 이효선

 

낮은 곳으로 / 이정하

 

 

 

낮은 곳에 있고 싶었다

낮은 곳이라면 지상의

그 어디라도 좋다

찰랑찰랑 물처럼 고여든 네 사랑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한 방울도 헛되이

새어나가지 않게 할 수만 있다면

 

그래, 내가

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

너를 위해 나를

온전히 비우겠다는 뜻이다

나의 존재마저 너에게

흠뻑 주고 싶다는 뜻이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이정하 시집 /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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