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석류 / 앙브루아즈 폴 투생 쥘 발레리

푸른 언덕 2023. 3. 9. 19:41

그림 / 기용

석류 / 앙브루아즈 폴 투생 쥘 발레리

알맹이들의 과잉에 못 이겨

방긋 벌어진 단단한 석류들아,

숱한 발견으로 파열한

지상의 이마를 보는 듯하다!

너희들이 감내해온 나날의 태양이,

오 반쯤 입 벌린 석류들아,

오만으로 시달림받는 너희들로 하여금

홍옥의 칸막이를 찢게 했을지라도,

비록 말라빠진 황금의 껍질이

어떤 힘의 요구에 따라

즙 든 붉은 보석들로 터진다 해도,

 

이 빛나는 파열은

내 옛날의 영혼으로 하여금

자신의 비밀스러운 구조를 꿈에 보게 한다.

*시집 / 세계의 명시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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