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허공을 적시는 분홍 / 이현경

푸른 언덕 2023. 1. 14. 17:24

그림 / 한회숙

 

허공을 적시는 분홍 / 이현경

빈 가지에서

숨을 죽이고 있다가

꽃 피는 속도로

우리들의 눈을 끌어모으고 있다

허공을 적시는 분홍 꽃잎이

수면에 접사되어

호수 둘레에 웃음이 떠 있다

벚꽃 무리를 어루만지는 바람의 손

화심이 머문 곳에

갓 나온 향기가

나비를 두근거리게 한다

바람을 열고

수만 개의 이야기로 부푸는 벚꽃을

무수히 읽고 있으면

저 공중에 어린 체온이

두근두근 마음을 휘감는다

 

 

이현경 시집 / 맑게 피어난 사색 <시산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