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 / 한회숙
허공을 적시는 분홍 / 이현경
빈 가지에서
숨을 죽이고 있다가
꽃 피는 속도로
우리들의 눈을 끌어모으고 있다
허공을 적시는 분홍 꽃잎이
수면에 접사되어
호수 둘레에 웃음이 떠 있다
벚꽃 무리를 어루만지는 바람의 손
화심이 머문 곳에
갓 나온 향기가
나비를 두근거리게 한다
바람을 열고
수만 개의 이야기로 부푸는 벚꽃을
무수히 읽고 있으면
저 공중에 어린 체온이
두근두근 마음을 휘감는다
이현경 시집 / 맑게 피어난 사색 <시산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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