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파리의 네루다를 뒤덮는 백설 송가

푸른 언덕 2023. 1. 13. 15:54

그림 / 박삼덕

파리의 네루다를 뒤덮는 백설 송가 

(네루다의 우편 배달부 中에서)

은은하게 걷는 부드러운 동반자,

하늘의 풍요로운 우유,

티 하나 없는 우리 학교 앞치마,

호주머니에 사진 한 장 구겨 넣고

이 여관 저 여관 헤매는

말 없는 여행자의 침대 시트.

하늘거리는 귀공녀들,

수천 마리 비둘기 날개,

미지의 이별을 머금은 손수건.

나의 창백한 미인이여,

파리의 네루다 님에게

푸근하게 내려다오.

네 하얀, 제독의 옷으로

그를 치장해 다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그를 사무쳐 그리는 이 항구까지

네 사뿐한 순양함에 태워 모셔와 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