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달밤 / 김수영

푸른 언덕 2022. 6. 28. 18:42

 

그림 / 김성임

 

 

 

달밤 / 김수영

 

 

언제부터인지 잠을 빨리 자는 습관이 생겼다

밤거리를 방황할 필요가 없고

착잡한 머리에 책을 집어들 필요가 없고

마지막으로 몽상을 거듭하기도 피곤해진 밤에는

시골에 사는 나는

달 밝은 밤을

언제부터인지 잠을 빨리 자는 습관이 생겼다

 

이제 꿈을 다시 꿀 필요가 없게 되었나 보다

나는 커단 서른아홉 살의 중턱에 서서

서슴치 않고 꿈을 버린다

 

피로를 알게 되는 것은 과연 슬픈 일이다

밤이여 밤이여 피로한 밤이여

 

 

 

 

시집 / 다시, 사랑하는 시 하나를 갖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