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 / 조원자
현상 수배 / 이수명
그는 현상 수배범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넓은 거리의 게시판에 걸려 있다.
사진 속에서 그는 웃고 있다. 전단지가 햇빛에 누렇게 바래고, 빗물에 얼룩이 져도, 이 손이 뜯고 저 손이 찢어도 웃고 있다. 그는 산산조각나고 있다. 어느 날 한 쪽 눈이 없어지고, 또 어느 날 한 쪽 귀가 사라졌다. 남은 형체도 검은 펜으로 뭉개지고 있다. 그래도 그는 웃고 있다. 그는 위험 인물이다. 그가 저지른 위험한 일들이 어디선가 또 저질러지고 있다. 어디에서? 그는 어디에 있는가?
사진 속에서 그는 웃고 있다. 웃으며 이쪽을 넘보고 있다. 그도 자신을 찾고 있는 것이다.
그는 위험 인물이다. 그는 자신을 현상 수배한다.
이수명 시집 / 고양이 비디오를 보는 고양이


'문학이야기 > 명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은 추억의 반죽 덩어리 / 송찬호 (0) | 2022.06.04 |
---|---|
유발과 유봉 / 임승훈 (0) | 2022.06.03 |
발코니의 시간 / 박은영 (0) | 2022.06.01 |
모자이크 / 박은영 (0) | 2022.05.31 |
자정에 일어나 앉으며 / 정철훈 (0) | 2022.05.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