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단추 / 이인주

푸른 언덕 2022. 4. 20. 19:14

그림 / 최길용

단추 / 이인주

단추의 생명은 구멍이다

그 좁고 캄캄한 구멍속으로

흘러들어간 환한 실오라기들이

얼마나 단단한 결속의 언약인지

구멍이 없는 것들은 모른다

소통이란 한 가닥 실오라기 같은 것

입술에서 입술로 뚫린 이음줄이

오감을 올려내는 둥근 탄성을

몸이 열리는 맨 처음의 자리와

마음이 닫히는 맨 끝자리에

단추가 있고

원죄 같은 구멍 속으로 흘러온 역사는

사실 단추의 역사인데

그 풀고 잠그는 형태가

능히 한 서사를 바꾸기도 한다

시집 / 초중도 <실천문학>

이인주

*2003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당선

제8회 평사리문학대상 수상, 시집 <초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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