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최길용
단추 / 이인주
단추의 생명은 구멍이다
그 좁고 캄캄한 구멍속으로
흘러들어간 환한 실오라기들이
얼마나 단단한 결속의 언약인지
구멍이 없는 것들은 모른다
소통이란 한 가닥 실오라기 같은 것
입술에서 입술로 뚫린 이음줄이
오감을 올려내는 둥근 탄성을
몸이 열리는 맨 처음의 자리와
마음이 닫히는 맨 끝자리에
단추가 있고
원죄 같은 구멍 속으로 흘러온 역사는
사실 단추의 역사인데
그 풀고 잠그는 형태가
능히 한 서사를 바꾸기도 한다
시집 / 초중도 <실천문학>
이인주
*2003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당선
제8회 평사리문학대상 수상, 시집 <초충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