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수선화는 피었는데 / 이 효

푸른 언덕 2022. 3. 18. 12:48

수선화는 피었는데 / 이 효

창문을 열어 놓으니

봄바람이 곱게 머리를

빗고 마당에 내려앉는구나

마당에 노란 수선화가

활짝 피었는데

창문에 걸터앉아

꽃을 바라보시던

어머니의 모습은

구름처럼 간데없구나

수선화도 서러운지

봄 노래를 부르려다

하늘에 쉼표 하나 그린다

꽃버선 신고 떠나신 하늘길

어머니 얼굴 수선화처럼 화안하다

어머니!

일 년 반 동안 암 투병을 하셨습니다.

한 통에 전화를 받았다.

쓰러진 나무를 세워 보았지만

나무는 뜨거운 화장터를 찾아야 했다.

코로나로 서울에는 회장 터가 없단다.

태백까지 다녀오란다.

미친 세상인지는 알았지만

내가 먼저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어머니 병상에 누워 계실 때

오미크론 확산이 심했다.

병원에 입원하자마자 옆 침대 환자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 환자 옆에 누워 있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어머니는 긴 면봉으로 며칠에 한 번씩

코속으로 고문을 당했다.

이번에는 간호사가 양성 판정을 받았단다.

어머니가 접촉 자란다.

또 어머니 코를 삼 일 동안 쑤셔댄다.

의식도 희미하신 어머님께 미안하다는

말씀만 드리고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만

닦아 내렸다.

당장 일 인실로 옮겨 달라고 했다.

코로나 환자 격리실로 쓰고 있어서

어렵다고 한다.

내가 이렇게 무능하게 느껴질 때가 없었다.

어머니는 40일 금식 중이다.

입으로 들어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흰 영양제만이 주사기를 타고 혈관으로 들어간다.

어머니의 모습은 점점 마른 막대기처럼

말라갔다.

어머니를 마음으로 붙잡고 있었지만

더는 마음이 아파서 쳐다볼 수가 없었다.

이제는 보내드릴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허망하게 보내드릴 수는 없었다.

병원에서는 모든 치료가 끝났다고 한다.

호스피스 병동을 알아보았다.

예약이 밀려서 가장 빠르게 입원을 해도

한 달이란 시간이 필요하다.

병원에서는 나가라고 하고 모시고 나갈

호스피스 병동은 없고, 자식들의 심정이

폭포수처럼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요양 병원도 수십 군대를 알아보았다.

오미크론으로 면회는 어렵다고 한다.

그 조건이 제일 마음에 들지 않아서

선택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개인 간병인을 데리고 들어가는 조건과

PCR 검사를 하고 오면 면회를 해주겠다는

조건이 맞아서 지인을 통해서 알아낸

한적한 요양병원으로 모시고 가기로 했다.

집으로 모시고 싶었지만 수없이 매달려있는

줄들을 감당하기 어려워서 포기를 했다.

그렇게 하루 종일 병원 서류를 챙기면서

요양 병원으로 갈 준비와

퇴원 수속을 밟을 준비를 했다.

내일은 월요일 (6일) 구급차 타고

요양병원으로 이동만을 남겨놓았다.

그런데 일요일(5일) 오전에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맥박이 떨어지고 있다고 빨리 오란다.

손이 부들부들 떨려서 택시를 타고 달려갔다.

어머니는 이미 운명을 하셨다.

30분도 안되는 순간에 말이다.

먹먹해지는 가슴을 끌어안고 어머니 얼굴을

내 얼굴로 비벼 보았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에 "엄마 미안해"라는

소리 밖에 할 수가 없었다.

얼마나 울었을까? 소식을 듣고 달려온

동생은 오열을 한다.

울다가 문득 어머니 얼굴을 쳐다보니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순간 감사한 것은 매일 드린 나의 기도가

떠올랐다.

"주님! 우리 엄마 추운 겨울 싫어하셔요.

따뜻한 봄날까지만이라도 살려주세요.

어머니는 꽃을 좋아하셔요.

꽃이 피는 그날까지만 살려주세요"

어머니는 수선화처럼 형제들 오손도손 살라 하셨다.

어머니 정원에 수선화는 피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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