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동백꽃 / 문정희

푸른 언덕 2022. 1. 30. 18:02

그림 / 박민선

 

동백꽃 / 문정희

 

나는 저 가혹한 확신주의자가 두렵다

가장 눈부신 순간에

스스로 목을 꺾는

동백꽃을 보라

지상의 어떤 꽃도

그의 아름다움 속에다

저토록 분명한 순간의 소멸을

함께 꽃피우지는 않았다

모든 언어를 버리고

오직 붉은 감탄사 하나로

허공에 한 획을 긋는

단호한 참수

나는 차마 발을 내딛지 못하겠다

전 존재로 내지는

피 묻은 외마디의 시 앞에서

나는 점자를 더듬듯이

절망처럼

난해한 생의 음표를 더듬고 있다

 

문정희 시집 / 나는 문이다

 

그림 / 김정수

 

 

'문학이야기 > 명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홀로 죽기 / 문정희  (0) 2022.02.02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 최승자  (0) 2022.02.01
동백꽃 / 문정희  (0) 2022.01.30
아침 이슬 / 문정희  (0) 2022.01.29
바다를 본다 / 이생진  (0) 2022.01.28
살아 있는 심청이 / 김용하  (0) 2022.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