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상처에 대하여 / 복효근

푸른 언덕 2021. 11. 29. 18:40

그림 / 한 예 진

상처에 대하여 / 복효근

 

 

 

오래 전 입은 누이의

화상은 아무래도 꽃을 닮아간다

젊은 날 내내 속 썩어쌓더니

누이의 눈매에선

꽃향기가 난다

요즈즘 보니

모든 상처의 꽃을

꽃의 빛깔을 닮았다

하다못해 상처라면

아이들의 여드름마저도

초여름 고마리꽃을 닮았다

오래 피가 멎지 않던

상처일수록 꽃향기가 괸다

오래 된 누이의 화상을 보니 알겠다

향기가 배어나는 사람의 가슴속엔

커다란 상처 하나 있다는 것

 

잘 익은 상처에선

꽃향기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