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내가 나의 감옥이다 / 유 안 진​

푸른 언덕 2021. 11. 10. 18:28

그림 / 현 춘 자

 

내가 나의 감옥이다 / 유 안 진

한눈팔고 사는 줄을 진즉 알았지만

두 눈 다 팔고 살아온 줄은 까맣게 몰랐다

언제 어디에서 한눈을 팔았는지

무엇에다 두 눈 다 팔아먹었는지

나는 못 보고 타인들만 보였지

내 안은 안보이고 내 바깥만 보였지

눈 없는 나를 바라보는 남의 눈을 피하느라

나를 내 속으로 가두곤 했지

가시껍데기로 가두고도

떫은 속껍질에 또 갇힌 밤송이

마음이 바라면 피곤체질이 거절하고

몸이 갈망하면 바늘편견이 시쿵둥해져

겹겹으로 가두어져 여기까지 왔어라.

유안진 시집 / 다보탑을 줍다

<창비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