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현 춘 자
내가 나의 감옥이다 / 유 안 진
한눈팔고 사는 줄을 진즉 알았지만
두 눈 다 팔고 살아온 줄은 까맣게 몰랐다
언제 어디에서 한눈을 팔았는지
무엇에다 두 눈 다 팔아먹었는지
나는 못 보고 타인들만 보였지
내 안은 안보이고 내 바깥만 보였지
눈 없는 나를 바라보는 남의 눈을 피하느라
나를 내 속으로 가두곤 했지
가시껍데기로 가두고도
떫은 속껍질에 또 갇힌 밤송이
마음이 바라면 피곤체질이 거절하고
몸이 갈망하면 바늘편견이 시쿵둥해져
겹겹으로 가두어져 여기까지 왔어라.
유안진 시집 / 다보탑을 줍다
<창비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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