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붉디붉은 그 꽃을 / 나 희 덕

푸른 언덕 2021. 11. 8. 18:53

그림 / 정 화 숙

나희덕 시집 / 사라진 손바닥 ​

 

 

붉디붉은 그 꽃을 / 나 희 덕

산그늘에 눈이 아리도록 피어 있던 꽃을

어느새 나는 잊었습니다

검게 타들어가며 쓰러지던 꽃대도,

꽃대도 받아 삼키던 흙빛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바위에 남겨진 총탄자국도,

꽃 속에 들리던 총성도,

더는 내 마음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다, 다, 잊었습니다, 잊지 않고는

그의 잎으로 피어날 수 없어

상상화인지 꽃무릇인지 이름조차 잊었습니다

꽃과 잎이 서로의 죽음을 볼 수 없어야

비로서 피어날 수 있다기에

붉디붉은 그 꽃을 아주 잊기로 했습니다

 

나희덕 시집 / 사라진 손바닥 ​

 

 

사진 / 정 관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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