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강 계 진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 함 민 복
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서
담장을 보았다.
집 안과 밖의 경계인 담장에
화분이 있고
꽃의 전생과 내생 사이에 국화가 피었다.
저 꽃은 왜 흙의 공중섬에 피어 있을까
해안가 철책에 초병의 귀로 매달린 돌처럼
도둑의 침입을 경보하기 위한 장치인가
내 것과 내 것 아님의 경계를 나눈 자가
행인들에게 시위하는 완곡한 깃발인가
집의 안과 밖이 꽃의 향기를 흠향하려
건배하는 순간인가
눈물이 메말라
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지 못하는 날
꽃철책이 시들고
나와 세계의 모든 경계가 무너지리라
시집 /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창비 시선>
'문학이야기 > 명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석류 / 복 효 근 (0) | 2021.09.09 |
---|---|
지울 수 없는 얼굴 / 고 정 희 (0) | 2021.09.09 |
야생화 / 박 효 신 (0) | 2021.09.07 |
풍경(風磬) / 목 필 균 (0) | 2021.09.05 |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류 시 화 (0) | 2021.09.04 |